지의류

나는 신문이나 헌책을 잘게 부신 후 다시 켜켜이 쌓아 올려 돌(Stone)을  만드는 작업을 20년 이상 해왔다. 돌이 간직한 오랜 시공간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르는 물결에서도 같은 시공간의 흐름을 본다. 최근엔 돌 작품 표면에 지의류(地衣類)를 올리고 있다. (작가노트2024)

※ 지의류(Lichen)는 뿌리 부분과 영양 공급을 해주는 상부가 전혀 다른 종이면서도 서로 도우며 역할 분담을 하는 공생체다. 히말라야 5500미터와 남극 같은 극한 지역에서도 생존하며 장기간 우주 공간에 있다가 와도 유일하게 생존을 한다. 화산 용암 위에 맨 처음 나타나는 식물이 지의류다. 지의류가 암석 표면을 토양화시키면, 비로소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있다. 지의류를 '식물 군락의 개척자'라고도 한다. 대기오염을 측정하는 지표생물, 항암·항균 작용에 관한 연구 물질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영원한 존재는 없다. 모두 무한한 대우주 속에 한순간 존재하다가 살아지는 단편이다. 주변의 무심한 바위나 돌덩이, 시작도 끝도 없는 물결에서 영겁의 시공간을 본다. 녹색 이끼는 찰나의 생명-영겁의 단편-이다.(작가노트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