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물(결) Wave(Layer) 

The Wave 시작도 끝도 없는
전태원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역사의 축적을 표현해 왔다.
문명의 흔적이 담긴 인쇄된 얇은 종이가 사실적인 바위stone가 되기도 하고 흐르는 물결wave이 되기도 하였다.
인쇄물은 방대한 인류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에게 매우 좋은 재료가 되었다.
얇은 종이를 쌓아 만들어낸 커다란 바위는 삶의 무게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최근 작품인 결layer 연작은 형태가 달라졌을 뿐 재료와 기법은 바위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달라진 작품 형태는 바위와 물의 차이만큼 커다란 차이를 지닌다.
작품의 변화는 삶이라는 이야기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이 변화 한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Stone 연작에서 응축되고 결집된 채 제시되었던 역사라는 이야기는 Layer로 변화하면서 흐르는 물결처럼 끊임없는 연속과 과정으로 표현되었다.
하나의 ‘흐름wave’으로 존재하는 작품 속에서 삶의 이야기는 붙잡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인간에게 ‘물’의 존재가 신비한 것은 그것이 물질이면서도 물질의 성질을 뛰어넘는 자유로움과 가벼움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물결과 그 흔적을 빌어 다양하게 표현된 작품을 통해 신비로운 삶의 여정을 음미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신혜영 이상원미술관 큐레이터 / 원로작가초대개인전,2018)

세상의 그 어떤 이별이나 종말도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들 말한다. 이별 가운데 가장 찜찜한 이별은 아마도 책과의 이별이 아닐까. 온갖 지혜와 주옥같은 말씀들로 감동과 위로를 주었던 서책들과도 이별의 순간이 오지만, 이별 장소가 헌책방이라면 그나마 예를 다한 것이다.전태원의 화면이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용도를 다한 수많은 서책이 파쇄 후 반죽 과정의 경건한 의식을 거쳐 화면에 미장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저자의 혼을 노래하는 것일까. 텍스트는 가물거리는 전생의 기억을 더듬으며 물 위에 빛으로 재생, 아니 환생한 것이다. 재처럼 산화된 철자(綴字)의 편린들이 물결을 따라 출렁이며 스스로 말한다. 자연 회귀…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내 손 놓는 그대여 / 더 멀리 가시라 / 더 좋은 곳에서 / 하루를 적시며 / 반짝반짝 빛나기를’ (전윤호 시, ‘턱걸이’ 부분)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 / 문화일보-그림 에세이, 2019.10.2.)

끝없이 밀려오는 물결에서 영겁의 시간과 공간을 본다. 결은 시공(時空)의 깊은 곳에서 시작이 된다, 중첩된 산, 모래 언덕의 주름(결)에서 영겁의 시간과 공간을 본다. 거역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고 질서다.(2018 작가노트)

나의 조형 재료는 종이다. 종이는 평소 나름 빳빳한 평면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을 먹으면 맥없이 축 늘어진다. 다시 마르면서 본래의 힘을 되찾지만 형태는 구겨진다. 나는 종이가 축 늘어진 그 순간 종이를 시각적인 다른 물성으로 바꾼다. 신문이나 잡지에 인쇄 된 문자나 사진이 내 작품을 이루는 시각 세포가 된다.(작가노트 2015)